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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가능성으로서 ‘하나의 경험’

无佗
2025-04-05 / 0 评论 / 0 点赞 / 6 阅读 / 20686 字

이선이**

1. 들어가는 말

2. 공간과 장소

3. 장소감의 원천으로서 질성적 사고

4. 하나의 경험으로서 장소

5. 나오는 말

국문초록

논문의 주된 목적은 듀이 미학의 관점에서 공간을 장소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우선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인문지리 학적 의미를 살필 것이다. 인문지리학의 논의들은 공간과 장소에 대한 섬세한 분석을 통해 인간 삶에서 ‘장소’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분할되고 계산될 수 있 는 공간’이 어떻게 ‘의미를 가진 장소’로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문제를 듀이 미학의 관점에서 조명할 때, 보다 명료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듀이적 관점에서 보면 공간을 질적으로 느끼는 것은 신체의 느낌에 기반한 질성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 듀이에게 있어 질성적 사고는 인식적 사고와 대비되는 개념으 로 신체화된 사고이다. 질성적 사고는 어떤 것을 단지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 름답거나 추한 것으로, 열정적이거나 무미건조한 것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질성적 사고로 인 해 공간을 총체적으로 지각함으로써 장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장소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질성적 사고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간을 장소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 성적 사고는 아직 경험의 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간이 장소로 경험되기 위해서는 상상 력의 작용을 통한 지각의 통합, 즉 ‘하나의 경험(an experience)’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 해서 질성적 사고작용을 통해 공간의 질성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느끼고, 하나의 경험을 통해 공간이 의미화될 때 공간은 장소로 경험될 수 있다. 주제어 : 듀이, 장소, 장소감, 질성적 사고, 상상력, 하나의 경험될 수 있다.

1. 들어가는 말

현대인은 장소가 상실되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근대화 이후 현대인의 삶은 빠르게 발전해오면서 획일화되어, 기계적이고 무미건조하며 무엇인가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아파트 공간, 환승의 공 간 터미널, 지하철 공간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방식도 그러한 공간들에서의 관계맺기 방식처럼 한다. 우리는 전자기기가 작동이 안 되면 쉽게 리셋하는데 기계의 리셋은 우리의 삶으로, 인간관계로 전이된다. 일상을 암묵적으로 지배하는 이러한 태도들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삶을 빈곤하게 만든다. 이 빈곤은 일상에서 풍부한 의미를 경험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며, 필자는 이것이 장소의 상실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 로 본다. 최근 장소에 주목하는 연구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며 같은 맥락에서 장소성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공간과 장소에 대한 유의미한 구분을 하고 있고, 장소 에 살 때 의미있는 경험이 가능해진다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어떻게 공간이 장소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모호한 입장을 보인다.1) 이 논문은 ‘어떻게’공간을 장소로 경험할 것인가? 하는 물음과 더불어, 그 구체적인 방식을 듀이 의 미학적 관점에서 탐색하는 하나의 시도다. 필자는 듀이를 통해서 어떻게 우리가 장소를 경험할 수 있는지 하나의 가능성을 제안하려고 한다. 이 논문 은 우선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인문지리학적 의미를 살핀다.(2절 공간과 장소) 랠프, 투안, 크레스웰을 통해 이루어진 인문지리학적 연구에서 공간은 법칙추 구적이고 일반화를 추구하며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개념이라면, 장소는 가치 적, 구체적, 경험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공간과 장소 사이의 매개에 대해서는 설명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랠프를 비롯한 인문지리학자 들은 공간과 장소를 매개하는 개념으로 장소감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논 의는 어떻게 장소감이 생겨나는지, 또 장소를 경험하는 데 있어서 그것이 왜 핵심적인지에 대해서 명료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보기에 장소 감은 듀이적으로 해석하면 공간에 대한 질적 느낌이다. 공간을 질적으로 느끼 는 것은 신체의 느낌에 기반한 질성적 사고를 통해 가능하다. 질성적 사고를 통해 공간에 편재하는 질성을 지각함으로써 장소감을 느낄 수 있다.(3절. 장 소감의 원천으로서 질성적 사고) 장소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질성적 사고이 긴 하지만 장소감을 갖는다고 해서 공간이 장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간 안 에서 의미있는 하나의 경험이 일어나야 우리는 그 공간을 장소로 기억할 수 있다. 듀이에 따르면, 하나의 경험은 의미있는 경험의 최소단위다. 하나의 경 험을 위해서는 질성적 사고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현재의 지각 속에서 통 합하는 상상력이 요구된다. 공간이 장소로 경험되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작용 을 통한 지각의 통합, 즉 ‘하나의 경험(an experience)’이 이루어짐으로써 경험 이 재구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4절. 하나의 경험으로서 장소).

2. 공간과 장소

‘ 공간(空間, space)’은 ‘장소(場所, place)’와의 비교 속에서 시대에 따라 그 우위가 바뀌어 왔다. 데카르트, 뉴턴, 로크, 라이프니츠에 걸쳐 공간은 지고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장소를 공간으로 환원시켰다. 데카르 트는 공간을 연장적인 것으로서 수학적이고 절대적인 개념으로 간주하고, 칸 트는 뉴턴의 절대적 공간 개념을 확장시키며 공간을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선 험적 조건이자 인식 틀로 봄으로써 인간 정신이라는 주관성 안에 위치시켰다. 근대 이후 후설과 메를로 퐁티로 대표되는 현상학자들의 등장과 함께 장소 는 재출현한다. 현상학은 기하학 중심의 공간 사유에서 장소 중심의 사유를 낳았고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공간을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장소로 바꾸며 오늘날의 주관적이고 인문학적인 장소론이 자리매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2) 공간은 규모, 거리, 방향과 같은 기하학적 또는 물리적인 속성에 초점을 맞추 며, 장소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미를 가지며 특정 공간에 대한 인간의 경 험, 감정, 기억을 중시한다. 공간은 물리적인 의미를 담지하고 있다면, 장소는 경험을 통해 의미화된 곳으로서, 언제나 거기 있다기보다 생성된다. 1970∼1980년대 투안(Yi-Fu Tuan), 크레스웰(Tim Cresswell), 렐프(Edward Relph) 등의 인문지리학자들은 공간과 장소에서 인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 문지리학의 중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강조하는 인 본주의 지리학을 주장하면서 ‘장소감(sense of place)’, ‘장소성(placeness)’, ‘장 소의 정체성(identity of place)’의 중요성을 말하며,3) 공간 속에서 고립감과소외감을 경험하는 현대인에게 공간이 아닌 장소에서의 삶을 살 것을 제안한 다. 인문지리학에서 공간이 추상적이고 사변적이며 법칙추구적인 개념이라면, 장소는 삶에 기반을 둔 구체적이고 가치적이며 경험적인 개념이다. 장소는 무 엇이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나는 곳이다. 장소의 영어식 표기 ‘place’는 그리스 어 ‘πλατεζα(plateia, 마당, 광장)’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그 자체로는 무작 용의 형식으로 사물과 사물 사이에 아무 것도 없이 비어있으며4), 의미없는 형 식적인 곳으로서의 공간은 사람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즉, 인간관계를 통해 의미나 애착과 같은 무언가가 형성될 때 장소가 된다. 다시 말해서 장소는 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이나 활동이 신체적으로 구조화 된 일상 세계다. 투안에 따르면 차별화되기 전의 동질적인 공간은 우리가 그 공간을 “더 잘 알게 되고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5) 애착이 형성되고 뿌리내림의 가치를 포함할 때 장소가 된다. 또한 공간은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이라 생각 한다면 장소는 정지(멈춤)이다. 움직임 속에서 정지할 때마다 입지는 장소로 변할 수 있다.”6) 투안은 “대상 또는 장소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 총체적일 때 (…) 그리고 모든 감각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대상과 장소는 구체적인 현실성을 얻는다”7)고 주장하며, 경험을 통해 공간에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어 개인적 이며 감정적으로 중요해질 때 공간은 장소로 변화한다고 본다. 또한 비판적 지리학자인 크레스웰은 장소를 ‘경험’되는 것으로 이해하며, 장소는 “사람들이 의미있게 만들어 온 (…) 애착을 갖게 된 공간”8)이며 “의미, 실재 사물, 계속적인 활동으로”9)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장소를 통한 지각과 경험에 의해”10) 세계를 알게 되는데 여기에서 장소는 사 람과 환경 간의 풍부하고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우리가 장 소에 대해 사고하기로 선택한 방식”11)이며 “세계를 의미있게 만드는 방식이 자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12)이다. 장소는 단순히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 이상 의 의미를 갖는데 장소는 그곳을 사용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하게 구성되고 재구성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소는 그 자체로 독특한 정체성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 또 렐프에 따르면 장소는 인간 경험과 정체성에 깊이 뿌리를 둔 것으로, 단 순한 위치나 좌표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생활세 계이자 “인간 존재의 토대”13)다. 렐프는 하이데거의 거주(Dasein, dwelling) 개념을 기반으로 장소 개념을 전개하는데 그에 따르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장소 안에 있는 것이다. 장소는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는 심오 하고도 복잡한 측면을 지닌 곳으로 “인간 실존이 외부와 맺는 유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실재성의 깊이를 확인하는”14) 공간이자 인간 삶의 근본적인 배경이 되며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이상의 논의에 비추어볼 때, 공간은 분명히 장소와 구별되는 것으로 보이지 만 장소에 대한 서술은 대체로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다시 말해서 애착을 가 지고 있으며 가치를 부여한 공간이자, 사람들 간의 풍부한 상호작용이 있고, 인간의 자유와 실재성의 깊이를 확인하는 곳으로서의 장소 경험이 실제로 어 떻게 가능한 것일까? 크레스웰은 공간을 장소로 경험하기 위해 “공간으로 하 여금 당신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게”15) 하고 한정된 공간에 “당신의 소유물을 추가하면”16) 공간은 장소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가 어떻게 공 간을 장소로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투안은 “장소에 대한 ‘느낌’을 획득하는 데에는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17)고 말하고 있는데 단지 시간이 오래 흐 르면 저절로 장소가 되는 것인가? 또한 랠프는 장소감을 느끼려면 “특정 장소 의 모든 측면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느끼고 (…) 공감적으로 경험”18)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열린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공감적으로 경험할 수 있 는가? 연구자는 장소감의 의미를 보다 명료화하기 위해서는 장소감 자체에 대 한 서술보다는 장소감의 원천이 무엇인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장소감의 원천에 대한 하나의 이론적 근거를 듀이의 ‘질성적 사고(qualitative thought)’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3. 장소감의 원천으로서 질성적 사고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장소감(sense of place)’은 기본적으로 장소에 대한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느낌이지만 음침한 곳에 들어가면 느끼게 되는 단순하 고 순간적인 느낌과는 다르다. 장소감은 사람들이 “장소에 대해 느끼는 주관 적이고 감정적인 애착”19)으로 “시각, 청각, 후각의 고유한 혼합물”20)이며 “일 출・일몰 시간, 노동・놀이 시간과 같은 자연적・인공적 리듬의 독특한 조화”21) 이고 “내부에 있다는 느낌”22)임과 동시에 “다양한 장소의 정체성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실존과 개인적 정체성의 초석으로서 장소와 심오한 연관을 맺는 것”23)이다. 이와 같은 장소감은 개인이나 집단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면서 경험하는 의미와 감정을 말하며 단순한 물리적 위치를 넘어서 인지적인 요소 와 정서적인 요소를 포함한 느낌으로24) 듀이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정서적이 며 비정서적 경험 내용을 상황 전체에 투사한 ‘질적/질성적(qualitative)’ 느낌 이다.25) 우리가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 세상은, 또 우리가 분투 노력하면서 성공을 거두기도 하며 실패를 겪기도 하는 이 세상은 현저하게 질성적 세계(qualitative world)이다. 우리의 행위 목표라든가 우리가 고통을 겪는 일들과 우리에게 즐 거움을 주는 일들은 모두 질성적 판단(qualitative determination)의 대상이다. (LW5: 243) 질성을 포착하는 질성적 사고와 질성적 경험을 통하여 생명체는 비로소 세상 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인식하게 되며, 이 세상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스스로 체험하고, 세상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을 밖으로 드러낼 수 있게 된다.(LW10: 22)듀이에게 경험은 ‘질성(quality)’의 지속적 흐름이며 질성적 변화로, 질성 은 일상 경험의 구조를 구성하고 우리는 질성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고 받아들 인다.26) 이러한 질성은 다소 불분명한 느낌이나 인상으로 혹은 어떤 예감과도 같은 형태로 존재하며 개념에 의해 구조적으로 식별될 수 있는 것 이상을 수 반한다.27) 압도적인 전체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아마 풍경의 돌연한 화려함이나 희미 한 빛, 향 냄새, 얼룩진 유리, 장엄한 크기가 분간 불가능한 하나의 전체로 융 합될 때 대성당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사로잡힌 채로 먼저 다가온다. 그림 한 점이 우리의 주의를 끈다고 진실되게 말한다. 그것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결정적 인식에 앞선 충격이 하나 있다.(LW10: 150) 일단 깊은 인상을 받고 사로잡히고 나서야 현재 상황 내의 요소들을 구별할 수 있다.28) 듀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사고하고 결론을 내리려면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직접경험에서 우연히 그리고 홀연히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인 직관을 신뢰할 수밖에”(LW10: 81) 없다고 말하며 대상에 대한 의미를 파악 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사고 방법을 넘어서는 신체화된 사고로서의 질성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29) ‘ 질성적 사고(qualitative thought)’는 개별적인 경험을 고립된 사건으로 보 지 않고, 그 경험이 내포하는 질적인 특성과 감각을 중시한다. ‘질성적’ 사고는‘인식적’ 사고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상황에 두루 스며들고 있는 질성적 통합 (qualitative unity)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느껴진다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점을 ‘북위 40도 46분, 서경 73도 58분’으로 표현하는 것과 ‘비행기 2대가 뉴욕시 맨해튼 쌍둥이 빌딩으로 날아갔다’고 표현하는 것은 다 른 느낌을 준다.30) 전자는 인식적 사고로 이 정보는 사람들에게 위치를 알려 주는 숫자일 뿐 의미가 없는 어떤 지점이다. 그러나 후자는 질성적으로 사고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서 우리는 대상에 대해 충격적인 느낌을 받게 되며 느 낌에 기반한 사고를 하게 된다. 이처럼 질성적 사고는 사물이나 사태에 대해 직관과 같이 순간적으로 느끼 고 즉각적으로 지각하는 사고의 방법으로 감각작용을 통하여 상황 전체에 대 한 감(sense)을 갖는 것이다.31) 질성적 사고는 “무언가가 어떻게 우리에게 보 이고 느껴지는지에 관한”32)것으로 어떤 것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 라 아름답거나 추하며 열정적이거나 무미건조한 것으로 지각하는 것이며 신 체를 통해 어떤 대상을 부분이 아닌 전체로 지각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질성적 사고는 사건이나 상황의 질이나 분위기를 포착하는 인식 과정으로 어 떤 경험의 독특한 특성을 인식하며 특정한 상황이나 환경이 주는 느낌이나 분 위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신체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며 이를 통해 장소에 대한 경험을 형성한 다. 신체화된 이해는 우리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가 주변 세계를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하 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체를 통해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33) 신체화된이해를 통해 장소와 그 내용들을 자신에게 표상하면서 장소를 경험한다. 장소 감은 우리가 장소 안에 신체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는 것을 의미한다.34) 그런 점에서 그것은 상황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변덕스러 운 혹은 예측할 수 없는 주관적 느낌이 아니다. 투안은 장소감이 사람의 신체, 특히 근육과 뼈에 기록된다고 설명한다. 선원의 자세는 대양에서 요동치는 배 의 갑판에 적응되어 있으므로 그의 걸음걸이는 독특하다. 산골에 사는 농부는 산을 타본 적이 없는 대평원의 주민과 비교할 때 아마도 다소 상이한 근육구 조와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대양에서 항해하는 선원과 산악 지역에 서 살아가는 농부는 각각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다른 근육 구조와 걸음걸이를 개발한다. 이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말하며, 이 적응은 우 리의 신체적 행동과 습관에 반영된다.35) 경험의 질성이 우세하게 표출되는 순간, 그 공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느낌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개별적인 공간은 ‘장소감’을 갖는 것으로 지각된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공간이 물리적인 크기나 거리 같은 측정 가능한 속성을 중심으 로 이해되는 양적이고 인식적인 개념이라면 장소는 감정과 신체적 상호작용 을 통해 형성되는 질적이고 신체적인 개념이다. 신체가 세계를 대면하면서 얻 게 되는 총체적 느낌인 질성은 직관적으로 포착되는 감으로 모든 사유 과정의 배경이며 실마리가 되어 경험의 “(…) 모든 사항마다 스며들고 그것들에 영향 을 미치고 또 그것들을 컨트롤 한다.”(LW5: 247)는지를 따라갈 수 있다.(LW5: 247) 문제의 핵심은 질성이 지금 있으며, 그것은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편재하는 질성’으로, 모든 사유과정의 배경이며, 사유를 그만두게 하는 어떤 순간이며, 모든 사유과정의 규제 원리이다. 질성적 사물의 현실적 존재를 부정하는 사유 는 결국에는 자기모순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결말에 이를 수밖에 없 다.(LW5: 261) 어떤 공간에 들어가서 내뱉게 되는 감탄사는 단순히 개인적 감정 상태를 표 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적 느낌을 갖는 것으로 “무엇보다도 어떤 전체로서 어떤 상황에서 우세해진 질성이 생겼다”(LW5: 248)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 것은 어떤 맥락을 특성화하며 분명하고도 확실한 “편재하는 질성을 실제로 파 악하고 있음을 표시”(LW5: 250)하며 나아가 질성적 사고의 ‘동화작용 (assimilation)’과 ‘차별화 작용(differentiation)’을 통해 장소의 정체성에 공감 하는 것이다. 편재하는 질성을 파악한다는 것은 대상에 공감하고 동화된다는 의미다. 동화작용은 연상을 통해 연결된 대상이나 요소들을 하나의 총체적 질성으 로 변화시키는 사고 작용을 뜻하며 “편재하는 질성의 효과적 작동”(LW5: 261) 혹은 질성적 사고의 효율적인 작용을 의미한다. 하나의 상황 속에서 사물들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질적 유사성을 띠게 되고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을 저 절로 연상하게 되고 동화됨으로써 질적으로 포착된다. 어떤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선행 경험 전체가 어떤 지배력을 형성하는 질성을 부여하고 그 이야기에서 나오는 어떤 인물에게 어떤 질성이나 성품이 부여되기 때문이다.36) 그러나 어떤 부분에 가서 우리는 ‘톰 존스가 아니고 존 존스였군요!’라고 탄성을 내지르는데 이는 동화작용에 저항이 있다는 것을 함 축하면서 여러 가지 특유함을 만드는 결과를 낳는데 이것은 질성의 차별적 특 성에서 비롯한다.37) 다시 말해서 질성의 동화작용으로 인해 이야기 속에 등장 하는 인물의 개성이나 특성을 이해하고 전개되는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으며,질성의 차별화 작용을 통해 한 상황의 특유함에서 벗어나 다른 상황의 특유함 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38) 어떤 공간이 독특하고 의미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공간만이 가진 질성을 통한 동화작용과 차별화 작용 때문이다. 질성적 사고가 가능한 공간은 이러한 작용이 이루어짐으로써 개인이 통합된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인 반면, 질성적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 공간은 이러한 경험이 제한되거나 방 해받는 곳이다. 공원의 녹음(綠陰), 새소리, 꽃향기, 햇빛과 그늘의 놀이는 강 력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그 공간의 질을 강하게 느끼게 한 다. 또한 역사적인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은 방문자로 하여금 공간의 역 사적 질을 감지하게 하며 때로는 경외감이나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달리 과도하게 상업화된 쇼핑몰은 감각을 억압하고 질적 경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지속적인 소음, 매연, 그리고 교통 체증이 있는 도로는 긴장감 을 유발하고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소들로 인해 질성적 사고를 방해한다. 혼잡한 교통 체증이 있는 도로에서 운전자와 탑승자는 주변 환경에 대한 세심 한 관찰이나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기보다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급박한 목 표에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대체로 분노, 불안, 급한 마음과 같은 부 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며 이는 주변 환경의 질적 느낌이나 질을 경험하는 데 방해가 된다. 질성적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 공간은 대개 감각적 경험을 방해 하는 외부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환경들은 일시적이고 기능적인 목적에 집중되어 있으며 개인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경험과 연결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한 공간의 질성은 이 공간을 다른 공간과 구별짓게 한다. 어떤 공간이 개인 혹은 집단에게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경험하는 개인 혹은 집단이 해당 공간에 대해 진정한 느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도서관에 들 어섰을 때, 인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도서관을 객관적이고 기능적인 시설로 인식할 수 있다. 그는 도서관의 위치, 크기, 책의 양, 이용 가능한 서비스 등의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정보에 집중할 것이다. 그는 도서관을 공부하는 곳, 책을 빌리는 곳 등의 기능적 용도로 바라보며 도서관이 제공하는 실용적인 가치에 주목할 것이다. 반면, 동일한 도서관에 들어선 사람이 질성적 사고를 한 다면 경험의 질에 주목할 것이다. 이 사람은 도서관의 조용함, 책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오래된 목재 책장의 나무 냄새, 자연광이 내부로 스며드는 방식 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 사람에게 도서관은 단순히 기능을 넘어서 감 정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책들이 정리된 모습에서 오는 질서감, 지식에 대한 접근성에서 오는 만족감,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 로움 등의 질적인 요소들이 그 사람의 경험을 형성한다. 장소에 대해 진정한 느낌을 갖고 장소의 모든 측면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적으로 경험 하는 것은 듀이적으로 해석하면 질성적 사고를 통한 전체적인 질성, 즉 편재 하는 질성을 통해 세계와 만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간에서 장소로의 이행 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감은 듀이적 개념으로 해석하면 공간에 대한 편재하는 질적 느낌으로 이는 신체의 느낌에 기반한 질성적 사고를 통해 공간과 상호작 용하며 질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4. 하나의 경험으로서 장소

앞서 살펴본 대로 경험은 질성적 사고를 통해 하나의 질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고, 그 질성은 경험이 완결에 이르기까지 지배력을 행사하며 한 경험을 다른 경험과 구별되게 해준다. 그러나 연구자가 볼 때 장소감을 가능하게 하 는 것이 질성적 사고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간을 장소로 경험할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질성적 사고는 아직 경험의 조건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공간이 장소로 경험되기 위해서는 상상력의 작용을 통한 지각의 통합, 즉 ‘하나의 경험(an experience)’이 이루어짐으로써 경험이 재구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질성적 사고작용을 통해 공간의 질성을 직접적이고 구 체적으로 느끼고, 하나의 경험을 통해 그 경험이 의미화될 때 공간은 장소로 경험될 수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의미 있는 하나의 경험, 다시 말해서 사건적 경험이 되려면 지금까지의 반복적이 고 상투적인 삶과는 단절된 그 경험만의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 듀이에 따르면, ‘하나의 경험(an experience)’은 의미 있는 경험의 최소단위로 ‘완결적 (consummatory)’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경험은 일련의 상호 연결된 사건들로 구성되지만, 그 중 일부는 시작과 중간, 끝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완 결성을 갖춘 하나의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경험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는 것 은 어떤 경험을 ‘의미있는 경험으로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39) 어떤 경 험이든지 경험이 진행되고 완결되는 데는 수많은 요소와 요인들이 작용한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지만 그 경험들을 의미있는 경험으로 포착하고 의식화 할 때 하나의 경험이 된다. 어떤 시기에 누구를 만났고 어떤 장소에 방문하여 갖게 된 감정이나 느낌은 그 느낌을 의미있는 경험으로 구획하는 의 미화 과정을 통해 명확하게 기억될 수 있다. 맑은 날씨나 넓게 펼쳐진 바닷가 등의 장소를 구성하는 것들에는 질성으로 느낄 만한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요소들을 의미화하지 못하면 질적인 느낌들만 파편적으로 존재한다. 한 공 간에서 슬픈 감정을 느꼈지만 그 감정이 의미화되지 않으면 살아가면서 느꼈 던 무수한 슬픔들과 구별이 안 되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그곳에 가더라도 슬 픈 감정과 과거의 경험이 통합된 의미있는 장소로 기억될 수 없다. 공간에서의 경험을 하나의 의미있는 경험으로 구획하고 지각할 때 비로소 장소적 경험이 가능하다. 친구들과 함께 한 등산은 단순히 산을 오른 것을 넘 어서 친구들과 교류, 도전을 이룬 기쁨, 자연과의 교감 등으로 구성된 하나의 의미있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경험은 그 산을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 라 특별한 추억이 깃든 장소로 전환시킨다. 하나의 경험을 통해서 공간은 “지 각적 통합성(perceptual unity)”40)을 가진 특별한 장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의식적으로 경험을 구획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장소에 대한 감정과 의 미를 인지하고 지각한다. 경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소들은 의식적인 반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 요소는 하나의 완결된 통일체를 형성한다.41) 완결적 경험은 경험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인식 되고 마무리될 때 이루어지는 특별한 순간을 의미한다. 이는 개별적 경험들이단순히 연속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의미 있는 연결을 통해 하나 의 의미 있는 전체로 완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경험이란 의미있는 경험으로 지각됨으로써 특정 상황에서 얻는 통합적이고 완결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장소는 하나의 경험을 통해 의미화될 때 비로소 특별한 장 소성을 갖게 되며, 단지 사물이 위치한 어디가 아닌 위치 이상의 것이 된다.42)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주변 세계를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공 간으로 만들어 가게 된다. 하나의 경험은 어떤 경험을 하나의 응집된 의미있는 전체로 인식하는 것이 다. 이는 분절되거나 단편화된 사건들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의 미를 형성하는 경험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별적인 사건이나 경험들을 통합하 여 하나의 응집된 전체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상상력 (imagination)’이다. 듀이는 경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상상력에 의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본다.43) 상상력은 “경험이 형성되는 하나의 출구이자 통로 이며, 이 통로를 통해서만 과거의 의미들이 현재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LW10: 156) “모든 의식적 경험은 반드시 (…) 상상력의 작 용을 필요로”(LW10: 115)하고 상상력을 통해 개인은 각기 다른 사건, 감정, 사고를 연결하고 통합하여 응집된 경험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기억, 감정을 통해 특정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상력은 서 로 다른 경험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 의 경험은 상상력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 통합된 경험이다. 페스마이어(S. Fesmire)에 따르면 상상력은 “있을 수도 있는 것의 관점에서 우리 앞에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능력”44)이다. 이때, 있을 수 도 있는 관점에서 지각한다는 것은 현재의 경험이나 상황을 보면서 그것이 앞 으로 어떻게 발전하거나 변화할 수 있는지를 상상하고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인지하는 것으로 듀이의 관점에서 상상력의 핵심적인 기능이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경험을 단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으로 만 보지 않고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상상한 다. 한 건축가가 빈 터에 서 있을 때, 단순히 풀밭과 흙더미만 보는 것이 아니 라 그곳에 세워질 수 있는 건물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작가는 빈 페이지를 바라보면서 그 페이지에 채워질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상상 한다. 듀이는 상상력이 현실의 제약을 인식하면서도 그 제약을 넘어서 새로운 가 능성을 탐구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본다. “실현될 수 있는 가능한 상황 의 관점에서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45)인 상상력은 단순히 창의적인 발상이나 환상을 의미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경험을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공상과는 다른 것으로 공상은 현실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 고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는 반면, 상상력은 현실적인 조건과 맥락을 기반으 로 하여 과거의 경험을 현재의 문맥에 통합하고 그 경험으로부터 새로운 의미 를 창출한다. 물리적 공간이 단순한 위치 이상의 것으로 개인에게 특별한 의 미를 가지는 장소가 되는 과정은 경험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 입지를 장소로 전환시키는 촉매는 심층적인 경험 과정”46)이며 이러 한 과정을 통해 공간은 단순한 위치를 넘어 그 공간에서의 개인적인 경험, 감 정의 교류, 그리고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는 장소로서의 정체성을 획득 한다. 공간은 질성적 사고, 즉 경험의 전체적인 질이나 성격을 인식하는 과정 과 상상력을 통해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의미화될 때 단순한 물리적 위치에 서 벗어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가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대로 장소는 나와 대상 사이에 질성적 작용이 일어남으 로써 하나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이고 특별한 곳이다. 다시 말해서 장소 는 인간이 실존을 위해 뿌리내림으로써 내부자로 살아가는 토대이자 일상 세 계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더욱 잘 드러내는 새로운”47) 공간이다. 렐프는 장소가 인간이 세계에 존재하는 데근본적인 속성이라면 “의미있는 장소를 경험하고 창조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48)고 역설한다. 의미있는 장소를 경험하는 것은 듀이가 말하는 하나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인도의 올드델리나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사례, 샤르트르 대성당이나 온타리오 주 오펭고가에 있는 오 두막 등은 장소감을 느낄 수 있는 사례다. 그 장소들은 단조로운 반복이 아닌 리듬이 있고 기계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며 서로 끊어져 있고 유기적으로 조화 로운 특징을 갖고 있다.49) 듀이적 관점에서 보면 그러한 특징은 우리에게 질 성적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편, 자본주의적 기획에 따라 건축된 공간은 편재하는 질성으로 컨트롤 할 수 없는 혼란과 부조화를 일으키는 공간으로 이러한 공간은 질성적 경험을 어 렵게 한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하나의 경험을 하기 어려울 것이며 “장소와의 지속적인 유대”50)를 갖지 못한 채 장소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장소상실의 삶을 살게 된다. 자본주의적 기획 하에 만들어진 소비 지향적이고 상품화된 공간은 종종 하나의 경험을 억제하며 대개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 여 설계되며 질성적 사고와 개인의 경험보다는 효율성과 수익성에 집중한다. 이러한 공간은 상업적 소비와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감각적인 자극과 시각적 인 매력에 집중하며 소비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되며 이는 개인의 질적 경험을 빈곤화시키고 공간의 질성을 표준화, 단순화하여 결국은 사회 전체적 인 장소감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 현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점점 더 획일 화되는 장소들은 장소가 가지는 고유한 장소성을 상실하고 다른 장소와 구별 되기 어려워지며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장소에 대한 깊은 의미나 애착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하나의 경험이 일어나기 어려운 공간은 그곳의 고유한 질성을 느끼기 어려 운 획일화되고 무미건조한 곳이다. 거기에서 인간은 적개심과 적대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갖기 쉬우며 불안감, 무력감, 고립감, 무의미함을 느끼기 쉽 다. 어떤 공간에서의 하나의 경험은 공간 속의 장소를 확인하는 경험이다. 공 간 속의 장소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인간은 불안감, 작다는 느낌, 우주 공간 에 버려진 점 같은 느낌으로 내면이 빈곤해지고 세계가 빈곤해지는 공허에서 벗어나 온전한 의미에서 자기 자신을 되찾게 된다.51) 왜냐하면 “장소들이 불 러일으키는 것은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 나의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다.”52) 하나의 경험을 통해 공간 속에서 장소를 경험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하 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있고 무엇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5. 나오는 말

이 논문에서 연구자는 듀이의 자연주의적 경험 개념에 기초하여 장소감을 조명함으로써 하나의 경험이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핵심적인 개념이라고 제 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소감의 원천에 대해 경험적으로 해명하고 질성적 사 고를 통한 하나의 경험이 장소를 경험하게 하는 필수적 조건이 될 수 있는지 를 살펴보았다. 듀이적 관점에서 보면 질성적 사고로 인해 공간을 총체적으로 지각함으로써 장소감을 느낄 수 있고, 그 공간 안에서 의미있는 하나의 경험 이 일어날 때 공간을 장소로 경험할 수 있다. 질성적 사고는 특정 경험이 갖는 독특한 질을 감지하고 경험이 완결에 이르기까지 지배력을 행사하며 이 경험 을 다른 경험과 구별되게 해준다. 그런데 연구자는 장소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질성적 사고라 하더라도 상상력을 통한 하나의 경험이 이루어져야 공간 은 장소로 경험될 수 있다고 본다. 상상력의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 하나의 경험을 통해 세계를 질적으로 만날 때 우리는 더 많은 장소, 더 나은 장소, 더 고양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다. 듀이의 하나의 경험과 장소의 연관성을 탐색 하는 이와 같은 시도는 장소감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물리적 공간이 어떻게 의 미 있는 장소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경험적 해석을 제공함으로써 장소를 경험 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안내할 뿐만 아니라, 장소 논의의 지평을 확장할 것으 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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